쿨헌팅, 트렌드를 읽는 기술
■쿨헌팅, 트렌드를 읽는 기술(피터 A. 글루어·스코트 M. 쿠퍼 지음/비즈니스맵)
영화 ‘패턴인식’에 등장하는 케이스 폴라드는 브랜드나 기업 로고에 대한 심리적 과민증으로 인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그녀는 비디오 클립들로 이루어진 어떤 알려지지 않은 콜렉션의 제작과 그 제작자들에 대해 토론하는 가상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비디오 클립들은 온라인으로 유포되는데, 바로 그 온라인을 통해 클립의 지지자들 역시 포럼을 열어 토론을 개최한다.
이 커뮤니티 회원들은 식사나 수면과 같은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도 등한시할 만큼 비디오 제작자를 찾는 일에 집착하게 된다. 그들은 조밀하게 짜인 글로벌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새롭게 나오는 비디오 클립에 일종의 ‘브랜드 충성도’를 보여준다.
결국 케이스는 어떤 사람의 의뢰를 받고 이들 클립 제작자를 찾아내는 일을 맡는다. 그토록 대단한 브랜드 충성도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케이스의 의뢰인에게는 금광과 같은 존재가 될 터이다. 케이스는 비디오 제작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내의 친구들과 적들의 진정한 정체도 알게 된다. 케이스가 수행한 것은 쿨헌터의 역할이다.
신선한 아이디어의 발단이 된 사람, 즉 트렌드세터를 찾아내는 기술인 쿨헌팅이 뜨고 있다. 쿨헌팅은 199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용어다. 쿨헌터라는 새로운 직군의 마케팅 종사자들이 새로운 혹은 기존의 트렌드 변화에 대한 관찰과 예측을 하는 활동을 일컫는데 사용된다.
기업경영인을 거쳐 MIT 슬로언 경영대학원의 교수로 재직중인 피터 글루어와 동 대학원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인 스코트 쿠퍼가 공동으로 저술한 ‘쿨헌팅, 트렌드를 읽는 기술’(비즈니스맵)은 쿨헌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쿨헌터를 넘어 쿨파머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2003년 여름, 사회교류 네트워크 사이트인 프렌드스터가 등장해 네티즌들을 열광시켰다. 원래 프렌드스터는 데이트 상대를 찾아주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사람들은 훨씬 다양한 용도를 찾아냈다. 옛친구를 추적하거나 자신이 아는 사람의 뒤를 몰래 캐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사이트에서 재미를 얻기 시작하면서 페이크스터라고 불리는 거짓프로필이 기승을 부렸다.
프렌드스터 측은 페이크스터에 대한 단속에 나서 회원의 행동이 일정 한계를 넘으면 계정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징계를 가했다. 회사가 이렇게 회원들을 일정한 틀에 맞추려는 시도를 하는 동안 프렌드스터의 근간을 이루는 자생적으로 이루어졌던 문화가 단절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리어답터들은 프렌드스터에 대한 환멸과 배신감을 느끼고 새로운 공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커뮤니티 사이트 마이스페이스다. 마이스페이스는 프렌드스터의 정책과는 전혀 다르게, 쿨한 사람들이 트렌드를 창조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밴드들이 홍보를 하기 위해 팬들이 자신들의 프로필로 접속하기를 원할 때 직접 접속할 수 있도록 고유한 URL을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이로써 마이스페이스에서는 10대들의 문화가 번성하게 되었고, 마침내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에 의해 5억8000만 달러에 인수되었다.
이처럼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네트워크 사이트는 태생적으로 아이디어 전파에 적합한 공간이다. 이런 사이트들은 패션에서 음악, 사회적 사건에서 정치에 이르기까지 군집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이든 바이러스처럼 급속하게 유포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쿨헌팅은 사람들의 집단적 움직임에 대한 체계적인 고찰 활동”이라면서 “현재 가장 물이 좋은 헌팅 장소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라고 말한다. 군집 창조성이 가장 활발하게 도출되는 곳이라는 의미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나 컴퓨터 운영체적 리눅스가 군집 창조성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잘 보여준다. 다음 ‘대박’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지금 온라인 커뮤니티를 서핑하라.
출처 :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