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Culture

[Book] 스타벅스엔 왜 헤이즐넛이 없을까

º(^㉦^)º곰돌군 2006. 12. 31. 14:17
Book Review | 스타벅스엔 왜 헤이즐넛이 없을까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니콜라 게젠 지음 / 고경란 옮김 / 김현경 해설 / 지형 펴냄

사회인지 심리학을 전공한 학자가 쓴 재미있는 마케팅 이야기.
책을 읽어내려 가다보면 “아하! 그렇구나”하는 감탄사나 나온다.

이 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경영학 분야의 세계 공용어인 영어 대신에 불어로 쓰여졌다는 점이이고 저자가 마케팅을 전공한 학자가 아닌 사회인지 심리학을 연구해온 학자라는 점이다.

이 책은 고객의 심리에 관한 100가지 실험 모두가 재미있고 마케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기업의 마케팅 업무에 종사하는 우리들이 간과해버리기 쉬운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읽어 내려가면 금방 ‘아하!’하고 감탄사가 나온다. 한국 사례까지 소개돼 이해하기가 쉽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심리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를 기초로 마케팅 분야에서는 소비자로서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이런 연구결과들은 많은 연구논문이나 서적들을 통해 끊임없이 발표되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책에는 아주 독특한 차이점이 있다. 지금가지 발표된 많은 주옥같은 책들이 학문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여기에서는 다양한 실험결과들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책을 읽는 독자, 즉 소비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은 동기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동기를 유발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고객심리의 첫 번째는 심리에 호소하는 가격 ‘9999999’이다. 즉 9로 끝나는 가격이 구매 행동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사실 이 가격이 생겨난 원래 이유는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략 마케팅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하위(Hower)에 따르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사이 미국에서 가게 영업자와 책임자들이 판매원들의 횡령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가격이라고 한다. 매번 고객에게 잔돈을 거슬러줘야 했기 때문에(당시에는 현금으로 물건값을 치렀다) 판매원들이 고객에게서 받은 돈을 들고 계산대로 돌아오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거의 1세기에 걸쳐 시행되어 왔지만, 실제로효율성을 테스트해보기 위한 과학적 연구나 경험적 실험은 거의 진행된 적이 없었다.

이후 1996년이 되어서야 9로 끝나는 가격이 구매행동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연구가 나오게 된 것이다.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은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해 주어진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 상품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 즉 당신과 나는, 자신의 선택에 이렇게 가격이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고 들어 온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세일할 때 미리 가격을 올리고 할인율을 높여서 세일하거나 아예 가격을 더 높여 놓고 많이 깎아주는 방식의 효과에 관한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는 한 제품의 가격이 13유로에서 11유로로 내릴 때보다 10.99유로로 내릴 때 더 큰 할인 혜택을 받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그 차이는 아주 미세한 것이다. 소비자는 가격이 숫자 9로 끝날 경우, 그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전체적으로 분석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판단과 평가행동이 왜곡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책의 저자가 사회인지 심리학 교수인 관계로 재미있는 점화효과(priming effect)도 소개해 준다. 점화효과란 앞서 접한 정보로 인하여 다음에 오는 정보의 해석 및 이해가 영향을 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을 활용한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로는 코카콜라가 있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이나 어젯밤 9시 뉴스를 생각해 보자. 뉴스는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건들에 대한 보도로 가득 차게 마련이다. 그래서 뉴스가 끝났을 때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대부분 심각하거나 무거운 심리적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 상태는 무의식적으로 뉴스 다음에 광고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코카콜라는 뉴스 이후에는 광고를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즐거움이라는 이미지가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잠재의식까지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저자는 또한 ‘식당이나 매장에서 항상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데 과연 그것이 효과가 있을까’라고 묻는다. 왜 클래식 음악은 카페테리아 안에서 고객들로 하여금 대화 소리를 줄이도록 만드는가. 이는 아마도 1999년에 챌머스와 올슨, 주코브스키가 영국의 몇몇 학교 식당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클래식의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음악이 없는 것보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았을 때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소음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게다가 연구에서 추가적으로 밝혀진 평가에 의하면, 카페테리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또한 두 음악이 나올 때 더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팝 음악이 나왔을 때는 카페테리아가 좀더 즐거운 분위기를 보인다고 평가했고, 클래식 음악이 나왔을 때는 보다 부드럽고 마음에 안정을 주며 감각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았을 때는 덜 여성적이라고 했다.

더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바로 후각 소비자 심리에 관한 연구이다. 독자들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 김현경 박사의 해설 내용을 소개해 본다. 스타벅스 매장 내에서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최근 강조된 건강에 대한 인식과 금연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타벅스의 마케팅 팀장에 의하면 담배냄새가 커피향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고유의 고급스러운 유럽풍 커피향이 매장에 퍼지도록 하기 위해 인공향의 커피도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타벅스에는 헤이즐넛 커피가 없다.

향기 마케팅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배스킨라빈스는 매장에 초콜릿향과 페퍼민트향을 도입하고 매출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보았다. 그 결과 향기 마케팅을 도입한 후 1일 평균 매상이 40% 증가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색과 조명에 관한 조사와 분석이 소개되고 판매원의 힘과 고객들의 영향력이 나온다. 소개되는 사례와 조사 케이스가 모두 다 손색이 없다고 보여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약간은 프랑스 중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 한국의 사례와 비슷한 점도 많다. 평소에 소비자 행동이라든가 고객의 심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아주 훌륭한 책으로 권해주고 싶다.